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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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TODAY] 57번째 영화, 박열 (2017)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7. 6. 30. 14:01

[MOVIE TODAY] 57번째 영화, 박열 (2017)

 

2017.06.29. 목요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나는 조선의 개새끼로소이다라는 카피 프레이즈로 많은 관심을 끌었던 영화다. <사도>(2014), <동주>(2015)에 이어 세 번째 실존인물을 소재로 한 이준익 감독의 사극이다. 박열은 관동대지진 이후 조선인 학살, 그리고 이를 무마하려는 일본 내각에 맞서 싸운 독립운동가다. 그의 이야기는 영화 같았고, 한 여름의 태양보다 뜨거웠다. 이준익 감독은 그런 박열의 단편적인 삶을 다루며 철저한 검증을 거쳤다고 확언한다.

 

<박열>이 인상적이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일제강점기를 소재로 한 흔한 영화들에서 보이는 명확한 선악구도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밀정>(2016)에서도 그랬는데, 시대가 어둡다고 해서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분명하게 나누어지지는 않는다. 이준익 감독은 그러한 점을 잘 알고 있었을테고, 그래서 이와 같이 그려냈을 것이다.

 

주요 인물인 박열, 후미코, 다테마스(김준한), 미즈노(김인우) 중 어느 누구도 직접적인 악의를 가지지 않는다. 미즈노는 일본 내각의 대신으로서 국가를 위한 전략을 채택할 뿐이고(공공의 적은 민심을 모으는데 효과적이다), 다테마스는 법과 스스로의 양심을 따를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인물들이 서로 충돌하고 고뇌하며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꽤 매력적이라고 하겠다.

 

<박열>이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은 바로 가네코 후미코다. 박열의 동지이자 연인으로 나오는 그녀는 박열이나 불령사에 종속되는 객체가 아닌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주체로 등장한다. 흔히들 똑똑하고 자기 주장이 강한 여자는 피곤하다고 말한다. 남자에게 종속되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추구하기 때문일 테다. 후네코가 그런 여성이었다.

 

박열이 쓴 시를 읽고 박열을 찾아가 동거하자 말하고, 동거 서약서를 작성하고, 박열이 자신에게 폭탄 들여오는 것을 숨기자 그의 뺨을 냅다 후려갈긴다. 박열이 유치장에 갈 때도, 형무소에 갈 때도 제 발로 같이 가 박열과 함께 투쟁한다. 교도관의 성희롱적인 발언에도 굴하지 않고 스스로 상의를 벗으며 들어와!’라고 외치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장판교 위의 익덕을 보는 듯도 하다.

 

조선인 박열의, 일본 여성 후미코의 저항 정신은 그야말로 청춘이었고, 자유에 대한 외침이었으며, 삶의 주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들에 종속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감독이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매 순간 수많은 위트로 그려진 영화이지만 그 메시지는 전혀 가볍지 않다.

 

저항 정신이야말로 어두운 시대의 산물이다. 평점은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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