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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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TODAY] 45번째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2017)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7. 5. 17. 12:57

[MOVIE TODAY] 45번째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2017)

 

필자는 홍상수의 필름을 모른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필자가 처음으로 접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다. 이를 테면 홍상수라는 사람을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였는데, 홍상수의 첫인상은 굉장한 달변가다. 흔히들 이병헌을 연기로는 깔 수 없다고 한다. 홍상수도 같다. 연출가로서, 각본가로서 홍상수를 욕할 수는 없다.

 

홍상수는 1996<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데뷔해 21년간 19편의 연출과 각본을 맡아왔다. 이른바 연출을 겸하는 작가인 셈이다. 그리고 그 중 11편이 각종 시상식에서 수상할 정도이니, 예술영화 장르에서 홍상수라는 이름이 가지는 작가적 매력, 연출가적 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짐작이 가능하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유부남 영화감독과 스캔들 이후 해외로 잠적해 있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여배우에 대한 이야기다. 실제 홍상수와 김민희의 스캔들이 떠오르지 않나? 필자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영화를 봤는데 글을 쓰려고 관련 정보를 찾아보니 스캔들이 발표되기 전에 이미 만든 영화라는 이야기가 있다. 실제로 홍상수는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전적 이야기는 아니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자전적 영화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김민희는 배우 영희로 출연하고, 그 상대가 홍상수처럼 생긴 영화감독 문성근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스캔들이 터지기 전에 제작에 들어갔다 하더라도 그들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맞지 않나 싶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홍상수 자신의 뮤즈와 페르소나를 앞세웠을지도.

 

필자가 느낀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서사가 아니다. 이미지의 결합도 아니다. 그저 영화다. 그래서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해석이 불필요하다. 아니, 불가능하다. 범람하는 대화나 카메라의 시선은 서사적인 의미를 갖지 않는다. 다만 홍상수가 바라보는 세계이고, 다만 홍상수가 받아들인 세계일뿐이다.

 

더불어 홍상수와 김민희의 사랑이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스캔들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홍상수에게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게 한 둘의 사랑에 내심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예술의 영역과 윤리의 영역을 완전히 분리할 수는 없지만, 예술을 향유하는 입장에서는 타자의 사생활이 무색할 정도의 작품도 있는 법이다.

 

본인의 사랑에 대한 처절하고 애처로운 독백. 평점은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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