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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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TODAY] 43번째 영화, 세일즈맨 (2017)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7. 5. 15. 01:14

[MOVIE TODAY] 43번째 영화, 세일즈맨 (2017)

 

<세일즈맨>의 두 개의 공간적 배경을 가진다. 하나는 무대 위, 하나는 실제 삶이다. 에마드(샤하브 호세이니)와 라나(타라네 앨리두스티)라는 접점을 통해 현실과 무대는 기묘하게 교차한다. 영화는 무너지는 건물로부터 시작한다. 집은 가정을 상징한다. 평화로운 가정을 떠올릴 때, 보통은 집에서 오순도순 둘러앉아 식사를 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연상할 것이다. 그런 집이 무너진다는 것은 에마드와 라나에게 앞으로 어떠한 시련이 닥칠 것을 의미한다.

 

초반의 사건 전개는 제법 빠르다. 부부는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 집을 잃고, 극단 동료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집으로 들어간다. 극단의 일 때문에 에마드의 귀가가 늦어진다. 라나는 집을 정리하고 씻으려 하는데 초인종이 울린다. 에마드라고 생각한 라나는 문을 열고 계속 씻는다. 에마드가 귀가한다. 온통 핏자국. 라나가 누군가에 의해 다쳤다. 라나에 대한 걱정보다 먼저 에마드를 엄습하는 것은 죄책감이다. 자신 때문에 사랑하는 아내가 다쳤다는 생각은 에마드를 집어삼킨다. 라나에게 당시의 기억은 그저 괴로울 따름이다.

 

라나의 변덕에 시달리던 에마드는 이윽고 이 사태를 직접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라나가 경찰에 알리지 못하게 하니 직접 찾는 수밖에. 결국 에마드는 범인을 찾는다. 에마드가 사는 집에 살던 여자와 외도를 하던 노인이다. 에마드는 노인에게 가족에게 알릴 거라고 협박한다. 노인은 제발 알리지 말아달라고 애원한다. 죄책감에서 기인하는 복수와 증오에 눈이 먼 에마드에게 노인의 사정은 전혀 알 바 아니다.

 

현실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동시에 연극의 이야기도 진행된다. 에마드와 라나는 연극에서도 부부의 역할이다.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은 부자父子의 갈등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소외당하는 개인, 급격히 변화하는 가치관, 결국 붕괴하는 가정의 비극을 다루는 연극이다. 연극에서 에마드가 연기하는 아버지 윌리는 아들 비프에게 외도를 들키게 되고, 둘의 관계는 완전히 틀어진다. 연극의 마지막 대사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이제야 관계를 제자리에 돌려놓을 준비가 됐는데,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올 준비가 됐는데 더 이상 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연극의 윌리는 영화의 노인에 대치된다. 연극에서 윌리를 연기했던 에마드는 현실에서 비프의 위치에 서게 된다. 아내에 대한 죄책감이 노인에 대한 증오로 변질된 에마드는, 아내 라나의 일침에 정신을 차린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에마드의 복수는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끝이 났다. 에마드와 라나 사이의 문제는 해결됐다. 그러나 더 이상 라나는 에마드 곁에 없다. 안락한 집을 떠난 그 순간, 불안한 집에 들어온 순간 모든 문제는 시작됐다. 다시 안정된 집으로 가려는 에마드에게 더 이상 라나는 없다.

 

증오의 끝은 허무다. 평점은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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