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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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TODAY] 42번째 영화, 에이리언: 커버넌트 (2017)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7. 5. 14. 02:20

[MOVIE TODAY] 42번째 영화, 에이리언: 커버넌트 (2017)

 

@ 본 글은 과제 제출을 위해 쓰였기 때문에 평소와 달리 해석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 리뷰가 아닌 해석이기 때문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프로메테우스>(2012) 이전까지 단 두 편의 SF 영화만을 제작했다. 바로 <블레이드 러너>(1982)<에이리언>(1979). <프로메테우스><에이리언: 커버넌트>는 바로 그 <에이리언>의 속편이자, 프리퀄이다. 인간과 에이리언의 탄생의 기원을 밝혀간다는데, 3부작까지 예정되어 있다. <에이리언>은 그동안 많은 속편이 만들어졌고 <프레데터> 시리즈와도 콜라보 했을 정도로 외계인을 소재로 하는 SF 영화의 클래식이며 원류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에이리언>의 원래 아버지가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 이거 물건이겠구나!’였다.

 

<에이리언: 커버넌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프로메테우스>를 먼저 이해해야한다. 프로메테우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티탄의 이름이다. 티탄은 올림푸스 시대가 시작되기 이전에 세계를 다스리던 거신(巨神)이다. 프로메테우스는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는 인간에게 불을 선물했다는 이유로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벌을 받은 신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여기서 불을 주었다는 표현은 비유로, 인간에게 문명을 주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차후에 하도록 한다.

 

영화 <프로메테우스>의 주요 등장인물은 엘리자베스 쇼(누미 라마스), 데이빗(마이클 패스벤더), 피터 웨이랜드(가이 피어스), 찰리 할러웨이(로건 마샬 그린) 등이다. <프로메테우스>는 엔지니어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한 엔지니어가 지구에 온다. 그 엔지니어는 검은 액체를 흡수한다. 이윽고 엔지니어의 몸은 녹아내리고 인류가 탄생한다. 시간이 흘러, 피터 웨이랜드는 인간은 절대 자연발생하지 않았으며 어떤 존재에 의해 창조되었고, 그 창조자를 찾아 왜 인류를 창조했는지 묻고 싶어 한다. 이러한 피터의 생각은 지적 설계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기독교 창조론을 일반화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주요 인물들 중 데이빗은 피터가 만든 인공지능 로봇이다. 피터가 인간의 창조 목적을 탐구하기 위해 엔지니어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데이빗의 자의식은 성장한다. 동시에 피터처럼 자신의 창조 목적에 의구심을 갖고 피터에게 묻는데, 피터는 만들 수 있으니까라는 대답을 한다. 이 대사는 안티 크라이스트적 요소가 가득한 스콧의 영화에서 신의 신성성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본래 성경에는 창세기의 오복五福, 이사야서, 고린도전서 등에 인간의 창조 목적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창조주로 대변되는 피터가 만들 수 있으니까라고 하는 것은 성경의 이야기를 부정하는 것이 된다.

 

프로메테우스 호는 결국 엔지니어가 있는 행성에 도착한다. 엔지니어를 만난 피터는 엔지니어에게 영생을 구한다. 이에 분노한 엔지니어는 피터를 죽인다. 이 장면은 기독교에서 이야기하는 영생에 대한 의문이자 회의다. <프로메테우스>에는 창조주와 인간의 이분법적 구조가 꽤 많이 등장한다. 엔지니어-인간의 관계와 인간-데이빗의 관계가 그렇다. 창조물인 데이빗은 창조주인 인간보다 자신이 동등하거나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엔지니어의 창조물인 피터는 자신도 데이빗을 창조했으니 엔지니어와 동등한 창조주의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창조주라는 위치가 가지는 권위를 타락시키는 구도다.

 

이 외에도 프로메테우스 호가 엔지니어의 행성에 도착한 날이 크리스마스라든지, 불임인 엘리자베스가 남편 찰리의 아이를 가진다는 설정은 누가 봐도 기독교적 요소를 잔뜩 머금고 있다. 탐사대가 동굴을 탐사하던 중 만난 페이스 허거를 기억하는가? 숙주에게 에이리언의 알을 까는 페이스 허거는 어떤 동물과 닮았다. 바로 뱀이다. 성경에서 최초의 뱀은 이브를 통해 인간을 타락시키는, 사탄의 동물로 등장한다.

 

<에이리언: 커버넌트>로 돌아와서, 커버넌트covenant는 언약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구약 창세기에서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모든 민족의 아버지가 되게 하겠다는 약속을 하는데 이를 표현할 때 covenant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제목부터 성경적 정취가 가득하다.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전작 <프로메테우스>10년 뒤 이야기를 다룬다. 2000여 명의 개척민을 태운 커버넌트 호는 행성 개척 임무를 가지고 오리가에-6 행성을 향해 항해한다. 사고로 인해 선장을 잃고, 우주선을 보수하는 도중 통신 신호를 잡게 된다. 그런데 이 신호를 보내는 행성이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냉동수면에서 깨어난 승무원들은 해당 행성을 먼저 탐사하기를 원한다. 탐사 과정에서 예고편에도 나왔듯 검은 포자에 감염되고, 에이리언의 습격으로 많은 인원을 잃는다.

 

이때 로브를 입은 존재가 와서 도와주는데, 그 존재는 바로 <프로메테우스>에 나오는 인공지능 데이빗. 데이빗은 일행을 이끌고 자신의 주거지역으로 간다. 참고로 마이클 패스벤더는 <에이리언: 커버넌트>에서 12역을 맡았는데, 마이클과 월터가 동형인 것은 마치 미카엘과 루시퍼를 상징하는 것도 같다.

 

<에이리언: 커버넌트>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전편에 등장하는 데이빗이다. 전편부터 창조주의 권위에 의문을 품고 있었던 데이빗은 계속된 연구를 통해 에이리언을 창조한다. 이 과정에서 <프로메테우스>에서 살아남은 엘리자베스 쇼를 연구 재료로 이용한다. 데이빗은 자신의 창조주인 인간의 한계를 느끼고, 보다 완벽한 생명체를 만들어 스스로가 진정한 창조주가 된 것이다. 이로써 2차 창조물이 또다시 창조주가 됨으로써 기독교 사상에서 창조가 가지는 신성을 배제한다.

 

기독교의 신성을 배제하는 작품들은 많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댄 브라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다빈치 코드>(2006)이다. <다빈치 코드>에서는 성배가 예수의 여자의 상징이라고 가정한다. 여자(성배)는 역삼각형, 남자(예수)는 삼각형으로 나타낼 수 있으며 이스라엘의 국기에도 있는 다윗의 별은 남자와 여자의 결합을 의미한다고 한다. 특히 원작 소설에서 예수를 신이 아닌 단순한 종교 지도자로 간주하고 풀어가는 미스터리 서스펜스가 제법이었다.

 

<에이리언: 커버넌트>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커버넌트 호가 노아의 방주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성경에서 노아의 방주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인간이고, 영화에서 커버넌트 호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에이리언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그러나 홍수가 끝나고 방주의 문이 열렸을 때 세상을 다시 가꿔야하는 것이 노아의 가족들이라는 점이 오리가에-6 행성에 도착해 인간을 잡아먹고 번식하고 성장하는 것이 에이리언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그리스 신화의 대홍수를 통해 살아남은 데우칼리온과 퓌라가 생각나기도 한다. 커버넌트 호의 배양실에 보관되는 에이리언은 2마리다. 새로운 세상, 두 개체. 충분히 연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만든 3편의 <에이리언> 시리즈에서 그는 스스로를 창조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 <프로메테우스>에 나오는 십자가에 달린 듯 양팔을 벌리고 있는 에이리언의 벽화, ‘2천 년전에 엔지니어의 몸을 숙주로 삼고 부화한 에이리언 등의 요소에서 에이리언을 예수에 비유하는 것만 같다. 그러나 <에이리언> 시리즈를 단편적인 시각으로 보면 안 된다. 리들리 스콧 본인이 불가지론자임에도 불구하고 <프로메테우스><에이리언: 커버넌트>는 다양한 신화적 상징들을 녹여낸 영화이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에이리언>이라는 브랜드를 억지로 우려내려는 느낌이 강해서 아쉽다. 에이리언의 기원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프로메테우스>를 보고나서 <에이리언: 커버넌트>를 보면 확실히 이해하는데 도움은 되겠지만, 보지 않아도 지장은 없다고 느꼈다. 마이클 패스벤더의 연기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77년생의 독일산 연기 괴물이 어디까지 달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

 

출생의 기원은 한국 아침드라마가 더 극적이다. 평점은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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