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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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TODAY] 38번째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 (2017)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7. 5. 1. 22:11

[MOVIE TODAY] 38번째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 (2017)

 

궁 넘고 담 넘는 유쾌한 과학수사가 시작된다!’라는데, 과학수사가 대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코미디만큼은 잘 잡은 것 같다. 그저 그뿐이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그 능력을 이용해 나라를 구한다는, 영웅주의 영화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플롯을 그대로 가져왔다. 안재홍의 어리버리한 연기는 덤이다.

 

우선 극의 완성도를 떠나서 필자에게는 배우들의 연기가 아쉬웠던 영화다.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 중 김희원을 제외한 그 누구도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선균은 여전히 버럭 지르고, 안재홍은 여전히 어리버리하며, 주진모는 웃음 담당, 김홍파 · 김응수 · 조영진은 비열하다. 유일하게 김희원만이 그동안 영화에서 보여주지 않았던(최소한 필자가 보지 못한) 진지하고 묵직한 악당 연기를 보여준다.

 

예고편과 캐치 프레이즈에서 떠벌린 <임금님의 사건수첩>의 관람 포인트는 왕과 사관의 콤비 플레이, 어리버리한 사관의 초능력, 똑똑하고 능글맞은 임금, 그리고 두 남자의 코미디이다. 웬걸, 코미디 말고 이 영화에 남은 것은 필자의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은 수준의 절망적인 결과물이다. 사관은 러닝 타임 내내 그 능력을 단 두 번밖에 쓰지 않는다. 임금은 똑똑하고 능글맞기는 하나 그저 동생 괴롭히기 좋아하는 옆집 형이다. 이 둘이 같이 다니기는 하는데, 그저 사관만 억울하다.

 

이야기의 진행은 말할 것도 없다. 어쩜 그렇게 일이 술술 풀리는지, 굳이 사관의 특별한 재능이 아니더라도 머리 조금 쓰고 칼 조금 쓰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일 뿐이다. 굳이 사건을 만들어서 분량을 채운다는 느낌을 줘야만 했을까. 말 한 마디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으면 애초에 이정도로 일이 커지지도 않았을 텐데. 그저 이선균과 안재홍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한 영화라고 봐도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 감독의 뮤즈여서 그런 걸까? 각본을 쓰고 캐스팅을 한게 아니라, 캐스팅부터 하고 각본을 쓴 느낌이다.

 

코미디 요소는 괜찮았다. 시원시원하게 웃기지는 못했지만 이선균과 안재홍이 티격태격하는 장면들은 부족하지 않았고 충분했다. 웃음을 잡느라 과학수사라는 소재와 어드벤처라는 장르적 특징을 살려내지 못한 것이 한심할 따름이다. 힘없는 서사 속에서 잔재주만 부리다 끝나는 이 영화, 재미있게 본 사람들과 그래도 열심히 제작에 참여한 모든 분들께 죄송하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스런 2시간이었다.

 

생각 없이 보기 좋은 영화? 아니, 생각 없이 봐야 재미있는 영화. 평점은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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